[책마을] 중국인과 협상 잘하려면 그들의 관계·체면 문화부터 알아야

입력 2019-08-22 17:51   수정 2019-08-23 00:47

한국 기업인이 협상 중인 중국 파트너에게 예정에 없던 요청을 한다. 그는 그 자리에서 “좋다. 문제 없다. 이틀 후에 다시 만나자”고 말한다. 이는 승낙의 뜻일까? 중국 파트너는 한국 기업인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 면전에서 거절하지 않은 것일 수 있다. 그는 이틀 후에도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중국인의 말과 행동은 우리가 예상한 것과 다르게 나타나기 일쑤다. 각종 무역 및 산업 투자 관련 협상 테이블에선 더욱 그렇다. 국내 대표적인 중국 전문가로 꼽히는 류재윤 한국콜마 고문은 최근 출간한 <중국인의 이유>에서 “우리가 중국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착각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오만 때문에 중국에서 늘 배신당하고 실패를 거듭하는 게 안타깝다”며 “중국이라는 숲을 알려면 중국인이라는 나무를 먼저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중국이란 거대한 매머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가장 강조하는 개념은 ‘관시(關係)’와 ‘티?(體面)’이다. 우리말로 관계와 체면을 의미하는 두 단어는 중국인을 이해하는 중요한 생명줄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1993년부터 2012년까지 중국 삼성의 대관업무를 총괄한 중국통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코닝, 삼성전기, 삼성중공업, 삼성SDI, 호텔신라 등 삼성그룹 관계사들의 중국 진출 과정에서 벌어졌던 거의 모든 협상을 도우며 한국인으로서 가장 넓은 중국 내 ‘관시’를 보유하고 있는 인물로도 손꼽힌다.

우리는 관시를 중국의 부패와 연결하며 부정적 모습으로 이야기한다. 저자는 “관시는 친구이자 준(準)혈연관계로 인정상 도와주고 돌봐주는 관계”라며 “중국인이 무서운 것은 인정과 의리를 중시하면서도 ‘의리있는 친구’의 부탁과 ‘그냥 아는 이’의 부탁을 확실히 구분하는 관계의 합리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인들은 ‘체면 있는 이들’과 같이 있음으로써 그들처럼 멋있게 보인다고 여긴다. 이런 지나친 체면 관리에 대해서도 우리는 허례허식이나 형식주의로 이해하곤 한다. 저자는 “체면을 강조하는 중국의 사유 방식엔 ‘군자’라는 이상적 모델을 꿈꾸는 모습이 투영돼 있다”며 “체면은 중국인들과의 관계속에서 최소한의 지켜야 할 예의로서 이들이 체면을 잃지 않고 무대를 내려오게 하는 배려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관시와 티? 외에 우리가 놓치기 쉬운 중국인의 특성을 책에 조목조목 적었다. 함축적 의미를 담은 ‘한자’와 고사성어로 자신의 부정적 뜻을 넌지시 돌려 던진다는 점, 중국에서의 충성은 조직이 아니라 개인에 대한 충성을 의미한다는 점도 강조한다. 한국보다 훨씬 강력한 파벌주의가 존재하며 모든 중국 문화에선 혈연 외엔 지연이든 학연이든 다름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점도 지적한다. 저자는 “중국에서 협상을 잘하고 중국인들과 대화를 잘하려면 중국인이 어떤 법칙을 따르고 있는지, 그들이 무엇을 중시하는지 알아야 한다”며 “모를 땐 ‘내가 모를 수 있다’는 겸손함을 가지고 다가가야 한다”고 말한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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